"불편함을 발견한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핑거루_렌지볼

“불편함”을 발견한 날이 2016년 5월 10일이에요.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Fingeroo] 박일훈 대표 인터뷰-

 
핑거루_큐브머그

박일훈 대표는 쉽게 놓칠 수 있는 불편함을 예리한 시선으로 끊임없이 관찰하고 디자인으로 녹여내며 배려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Fingeroo'(핑거루)의 브랜드 디렉터이자 대표입니다.


다소 늦은 나이에도 브랜드를 창립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현실적인 이야기와, 누군가에게는 해결할 필요가 없는 당연함 이지만, 누군가는 매일 겪는 불편함인 ”컵을 잡는 일” 디자인에 관한 그의 생각까지 나누었습니다.

 

Q. 제품 리뉴얼, 개발, 협업 등 많은 변화가 있어보여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얼마 전 열렸던 2021핸드아티코리아에 직접 제품을 들고가서 판매를 해보기도 하고, 그간 제품을 사용해주셨던 분들께서 주신 피드백으로 단 하나의 불편함도 없도록 제품을 계속 디자인을 개선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핑거루_핸드아티코리아

2021 핸드아티코리아 부스에서 만나게 된 핑거루의 디자인.



Q. 저와도 핸드아티코리아에서 만나게 되었죠 . 많은 브랜드가 있었지만 핑거루의 디자인은 발길을 멈추고 살펴보게 될 만큼 인상깊었어요. 이러한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뭘까요?


하하 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하루 반나절이 걸릴 수도 있지만 요약해서 말해보도록 할게요.

제가 첫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된게 2016년 5월 10일 이에요. 그날은 잊어버리지도 않아요.

길을 걷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어떤 여성분이 커피를 잡을 손이 부족했는지 스마트폰을 받침대처럼 사용해서 그 위에 커피를 올려놓고 걸어오고 있더라구요. 100만원 짜리 스마트폰 위에 커피를 올려놓고 조심조심 걸어오는데... 아 정말 저 방법 밖에는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날 저녁 집에 쭈그려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어요. 손에 자유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을. 그때 개발한 손이 자유로운 커피홀더에서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다보니 머그컵이 되었고, 어느덧 지금의 핑거루가 되었어요.



Q. 맞아요 대표님의 디자인에서는 고민과 배려가 보여요. 또 핑거루 디자인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구요?


네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2018년, 핑거루의 시제품을 개발 중이던 때에요. 미처 시제품이 다 나오지 못한 상태였는데, 기회가 되어서 뉴욕나우(NY NOW)라는 세계적인 홈리빙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었어요. 그 때 시제품에 "레볼루션 머그" 라는 이름을 붙이고 참가했는데, 감사하게도 한국 대표부스 자리에 서게 되었고 이때부터 저에게 드라마 같은 일이 생겼어요

핑거루_뉴욕나우

2018년 뉴욕 나우(NY NOW)에서의 모습이였데요. 제가 다 설레이는 기분이에요 :)



전시장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부스에 온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마치 어린아이 같은 맑은 눈빛이였는데 저한테 이 디자인이 왜 레볼루션 머그 인지 묻더라구요. 그래서 손이 불편한 사람들이 잡지 않고도 들 수 있는 컵이기 때문에 레볼루션 이라고 이야기 했죠. 그랬더니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회사를 알고 있는데 한번 만나보는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구요.

알고보니 이분은 뉴욕의 유명한 제품 디자이너였고,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람은 세계적인 키친웨어 브랜드 옥소(OXO)의 대표였어요.(웃음) 그래서 옥소 본사에 가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핑거루의 디자인에 대해 더욱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핑거루_옥소

옥소(OXO)의 뉴욕 본사에서.



Q. 역시 좋은 디자인이라 그런지 2018 서울국제발명대전 은상, 2019 서울어워드 선정, 2021년 레드닷 어워드 본상 등 정말 많은 곳에서 수상하셨네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 가치는 무엇인가요?


옥소와도 가치적인 면에서 잘 맞았던 건데요. 불편함을 가진 분들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옥소도 창립자의 아내가 관절염으로 고생하며 주방용품을 사용할 때 마다 불편해하거나 고통스러워 해서 그것을 해결해주고자 탄생하게 된거에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불편함을 가진 분들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주고 싶었고, 누구나 사용할 때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Q. 제가 직접 들어보고 사용해보니까 그립감도 좋고 무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져서 놀랐는데요. 최종적으로 손잡이를 큐브 모양으로 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기존에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손잡이 시안이 여러개 있었어요. 그런데 직접 사용해보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엄지 손가락 하나만으로 컵을 들게 되는거에요. 그리고 되게 편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저희 아버지의 모습이였어요.

아버지가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시다가 손이 다치셨었는데, 뭘 잡을 때에도 손에 힘이 없어서 불편해하셨거든요. 그래서 엄지손가락으로 뭔가를 들어올리시곤 했는데, 제가 컵을 엄지손가락 하나로 끼워서 드는 방식이 사실은 저희 아버지가 컵을 드는 방식이였던거죠. 그래서 걸치거나 끼우는 방식 중 어느 손가락으로 들어도 안정적인 디자인을 연구하다보니 큐브 모양으로 정해지게 되었어요. 이 큐브 모양이 제작 공정상에서는 정말 어려움의 연속이에요. 그래도 편하게 사용해주시는 고객님들을 보면 뿌듯해요.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에요. 이렇게 디자인 된 제품이나 설비 등은 장애가 있는 사람 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하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핑거루_인터뷰 현장

도자기 재질인데도 불구하고 손잡이의 모양 덕분에 다른 컵들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 들게 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책상에 내려놓을 때 소리 안나게 살살 내려놓는 것도 쉬웠어요😊




Q. 사무실에 와보니 제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신게 느껴져요. 정말 다양한 크기의 시제품들이 많네요! 이렇게 다양한 크기를 만드시게 된 계기는?


원래는 머그컵의 용도로만 시제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고객님들과 만나며 판매를 하다보니 고객님들의 요구가 명확했던거에요. 어떤 분은 본인은 머그컵에다가 밥을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데요. 그래서 디자인도 편해보이고 손잡이도 안 뜨겁다길래 요리를 담아먹으려고 샀다는거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멀티 볼, 렌지 볼 등 다양한 크기로 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핑거루를 디자인 했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 또 지금 다양한 크기로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는 멀티볼과 렌지볼은 고객님들이 디자인해주신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핑거루_인터뷰 렌지볼

Q 그런데 사무실을 둘러보다 보니 컵이나 그릇의 용도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사용하고 계시네요


네 처음에는 시제품들이 많다보니 아무생각 없이 책상위에 펜을 넣어두었는데, 편리하더라구요. 그런데 손잡이가 큐브모양이다보니까 기둥에 다양한 각도로 끼워 둘 수도 있고, 세워둘 수도 있고... 그래서 사무실 화분으로도 쓰고, 펜 꽂이로도 쓰고, 어쩌다 모인 작은 피규어도 진열하고, 명함도 보관하고 활용법은 무궁무진 한거 같아요.

핑거루_인터뷰 소품


Q. 대표님은 시각 디자인 25년간 해오시고 오리온 등 대기업에서 디자인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평상시에 좋아하는 브랜드의 디자인이나 영감을 받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맞아요. 여러분이 아는 오리온 포테토칩도 제가 했어요 (웃음)

제가 영감을 받는 아티스트는 저의 디자인 지도 교수님이였던 윤호섭 교수님이세요. 지금은 그린(Green)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계시면서 지구 환경 문제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운동을 하고 계시는데, 여든이 다 되가는 나이신데도 아직도 눈빛이 살아있고 번득이는 느낌을 받아요. 너무 멋있는 분이시죠. 베리어프리나 환경 문제 등 공존에 대한 건 디자인 하는 사람이 항상 염두하고 가지고 가야하는 부분이라는 걸 강조하시고 제가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얼마전에도 레드닷 수상결과를 과제 검사받는 기분으로 보여드렸는데 상당히 기뻐하셨어요.

핑거루_윤호섭 교수님

윤호섭 교수님의 우이동 작업실에서.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대표님은 핑거루를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시고 싶은가요?


핑거루는 '잡는 손을 편리하게' 라는 이념에 따라 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불편함을 개선해서 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잡지 않고 드는 것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요. 손이 불편한 사람과 안 불편한 사람이 똑같이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며 편리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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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에디터K

사진 : 핑거루, 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