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맛과 질감을 오롯이 담은 띠옷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새해도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고 설날도 지났는데 모두들 새해 목표 잘 지켜 나가고 있나요? 혹시 벌써 계획 따위 나 몰라라인 하루님들 있나요? 아이, 뭐 어때요! 지금이라도 다시 마음 잡고 또 시작하면 되죠.


지난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듯 저는 2022년에는 일상 속에서 좀 더 나를 가꾸어 보기로 했는데요. 그래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더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먹기조차 아까운 비주얼에 정성이 듬뿍 담긴 핸드메이드 디저트로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주는 것 같은 것 말이에요. 사실 빵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디저트를 자주 챙겨 먹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꽤 오래전부터 언젠간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던 곳이 있어 설 연휴를 앞둔 어느 주말, 나를 위한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나들이의 목적지는 정말 정말 오랜만에 찾은 홍대와 연남동 거리!

아직 점심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 마치 쿠바에 온 듯한 분위기의 조용한 어느 식당에서 쿠바식 브런치와 화이트 럼 향이 진하던 상쾌한 모히토 한잔으로 시작하는 주말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Cafe Cubano



식사를 하고 나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홍대 거리 이곳 저곳과 연남동 골목 골목을 걸어보았어요. 조금은 덜 추운 날씨 덕인지 어딜 가나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복잡하기도 했지만, 모히토 덕인지 기분은 참 좋더라구요. 🤗

그렇게 거닐다가 멈춘 곳은 바로 띠옷(TEOT)이었어요. 그리고 이곳이 제가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곳이랍니다.

띠옷은 신선한 제철 지역 산물로 만들어 옅은 시트러스부터 진한 단맛까지 풍부한 ‘맛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로컬 디저트 샵이에요. 그런데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짐작조차 안 되는 이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지 않나요?

띠옷은 맛의 질감(Texture of Taste)의 약자이면서 우리말 땅을 의미하는 ‘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해요. 땅에서 자란 산물에 대한 존경을 담으려 했다고 하는데요. 카페 공간 역시 벽은 땅을 상징하는 구부러진 형태로, 바는 황토로 제작하고, 우리 민화에서 사용하는 귀한 색상인 석청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디저트 포장 용기 역시 모두 생분해 용기, 재생용지, 생분해 플라스틱 등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띠옷(TEOT)



통유리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작은 공간은 디저트 카페라기 보다는 고급 액세사리를 파는 숍 같아 보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바 안에 있는 띠옷의 아름다운 디저트들이 한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이렇게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멋진 디저트를 만드는 분은 바로 박래은 파티시에인데요. 세프 경력을 지닌 박래은 파티시에는 수십 년간 뉴질랜드와 영국의 유명 레스토랑의 책임 파티쉐로 있었다고 해요.

한 인터뷰에서 박래은 파티시에는 국내 디저트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띠옷만의 강력한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콘셉트가 필요했는데 오랜 고민 끝에 ‘제철 지역 산물로 만든 디저트’로 방향을 잡고 맛의 흐름(Flow of Tasty)을 상상하며 첫맛, 중간맛, 끝맛을 설계하고 맛의 질감(Texture of Tasty)을 고려해 재료를 선택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오랫동안 로컬 콘텐츠를 기획하며 도시 재생 등 지역 및 공간 디렉팅을 해 온, 그리고 띠옷이라는 공간을 기획한 이진형 디렉터는 그녀의 셰프로서의 경험과 각기 다른 식재료와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내는 재밌고 맛있는 탐구를 통해 디저트에 잘 쓰이지 않는 식재료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띠옷의 메뉴를 나오게 된 거라고도 했구요.

©띠옷(TEOT)



작은 테이블 두 개가 소박하게 자리한 공간이다 보니 여러 번 앞을 서성여도 도통 자리가 나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결국엔 착석을 포기하고 포장해 집으로 돌아와야 했어요. 보기만 해도 "와우"라는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뭘 골라야 할지 여간 어렵지 않더라구요. 고심에 고심을 하고 선택한 두 가지는 레몬 치즈케이크 라벤더 무스🍋바닐라 석류 감귤 타르트🍊.


이렇게나 이름이 긴 디저트는 처음이라는 생각을 할 만큼 메뉴에 사용된 모든 재료들을 모두 이름에 넣은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름을 이렇게 지을 필요까지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은 맛을 본 후에 싹 다 사라졌어요.

한 입을 먹는 순간, 이름에 있는 모든 식재료의 맛이 각기 제 역할을 하면서 입 안 이곳저곳에서 순서대로 존재감을 드러냈거든요. 완벽함을 넘은 너무도 조화로운 맛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디저트 하나로 이런 엄청난 맛의 경험을 하게 될 줄을 상상도 못 했다니까요.



레몬 치즈케이크 라벤더 무스

©띠옷(TEOT) 레몬 치즈케이크 라벤더 무스



레몬치즈케이크 라벤더 무스는 띠옷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해서 고민 없이 바로 선택했는데요.

부드러운 레몬 치즈 케익 무스를 감싸고 있는 향긋한 라벤더 티의 향의 무스에 바삭한 레몬 크럼블과 상큼한 레몬 젤리를 더해 라벤더의 향긋함에서 시작되어 레몬의 상큼함으로 이어지며 묘한 단맛을 내는 메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라벤더는 그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재료는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아하는 향이라 해외에 나갔을 때 라벤더 아이스크림이나 케익 등이 보이면 꼭 먹어보곤 했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무스 케이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 솔직히 살짝 망설여져지긴 했어요. 그래도 모습만큼은 참 예쁘더라구요. 😍

포크로 조심스레 갈라 안을 보니 고운 보라빛 무스의 속이 어찌나 뽀얗던지... 작게 한 포크를 떠서 입에 넣은 순간!!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맛이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더라구요.

가장 먼저 레몬 치즈의 부드러운 상큼함이 퍼지다가 뒤를 이어 라벤더의 향이 퍼지나 싶더니 다시 한번 레몬 젤리의 새콤함이 팡팡! 마지막으로 바삭하면서 달달하고 고소한 크럼블이 모든 맛을 정돈해주는 느낌이었어요. 평소 같으면 포크로 크게 떠먹었겠지만 한 포크씩 뜰 때마다 자꾸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아쉬워 아주 조금씩 아껴 먹었답니다. 세상 어느 디저트 샵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멈출 수 없는 맛이었어요.



바닐라 석류 감귤 타르트

©띠옷(TEOT) 바닐라 석류 감귤 타르트



두 번째로 고른 건 띠옷의 겨울 한정 메뉴인 바닐라 석류 감귤 타르트에요.

보석같이 반짝이는 붉은 석류알, 반을 가르면 등장하는 겨울 감귤의 향긋함, 바닐라빈과 화이트 초콜릿의 부드러움이 가득한 겨울 디저트라고 소개된 메뉴에요.

강하지 않고 은은한 바닐라 향과 그만큼이나 부드러워 묘한 따스함마저 느껴지던 크림 사이로 감귤의 잔잔한 달콤함이 입안을 감싸더니 고소한 파이지가 '나도 여기 있다'는 듯이 그 맛을 내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에 톡 터지던 빨간 석류알까지.

첫맛부터 끝맛까지 뭐하나 흠잡을 데도 없고 어떤 형용사나 부사로도 표현이 힘든 멋진 맛이었요. 무엇보다 겨울에 너무 잘 어울리는 포근한 느낌이였는데요. 겨울에만 잠깐 먹을 수 있다니 벌써 아쉽더라구요.



띠옷 디저트들의 맛은 그냥 그들의 이름 그대로어요. 그 어떤 화려한 이름의 디저트들보다 더 이름값을 하며 이름 안에 있는 식재료들의 맛 하나하나가 살아있었어요. 그리고 "맛의 질감(Texture of taste)" 띠옷의 이름 그대로 식재료가 가진 맛의 질감도 살아 있어 먹는 기분이 더 좋았답니다.

그저 사진에서 본 모양새가 너무 예쁘고 띠옷이 추구하는 가치가 좋아 꼭 가봐야지 했던 곳이었는데 띠옷의 디저트는 기대 이상의 선물이 되었고 그 디저트를 즐기는 동안 참 행복했던 것 같아요. 내생애 최고의 디저트를 찾은 날이기도 하지만 살다가 힘이 든 날엔 나를 위한 선물을 할 수 있는 곳이 하나 생긴 것도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하루 님들에게도 이런 곳이나 이런 무언가가 있나요? 혹시 아직 없다면 띠옷에 가보세요.

하루님들의 힐링을 위한 선물을 만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띠옷(TEOT)

마포구 동교로 41길 4

12:00 - 20:00 / 월, 화, 수 휴무 / 소진시 조기마감